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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 11:28)


         우리 교회가 자리한 등원리 마을은 참 독특한 공간입니다. 도심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농촌도 아닙니다. 낮 시간에는 어르신들이 마을을 지키고, 젊은 세대는 일터를 따라 도시로 흩어집니다. 주택 사이로는 공장이 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간간이 들리지만, 전체적으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입니다. 이런 마을 한가운데 등원교회가 서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설립 60주년을 보내며, 등원교회가 이 마을 속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지 더욱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고민 속에서, 내년 한 해 우리 교회가 함께 붙들고 나아갈 목회의 방향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문턱이 낮은 교회로 나아가자!"였습니다. 이 슬로건은 단순히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자는 말이 아닙니다. 교회를 쉽게 만들자는 구호도 아닙니다. 오히려 복음의 본질로 깊이 들어가자는 고백입니다.

          신약 성경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예수님께서 언제나 문턱을 낮추셨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마태복음 11장 28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이 초대의 말씀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신앙이 성숙한 사람만 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말씀을 잘 아는 사람,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만 부르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미 지쳐 있는 사람, 삶이 무거워 주저앉고 싶은 사람, 종교의 짐과 인생의 짐에 눌린 사람들을 먼저 부르셨습니다. 그분의 초대는 문턱이 낮았습니다. 그러나 그 낮은 문턱을 넘어오면, 참된 쉼과 변화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교회의 문턱이 높아질 때, 복음은 멀어집니다. 교회는 어느새 모르는 사이에 문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익숙한 언어, 정해진 방식, 오래된 관습 속에서 새로 오는 사람은 물론, 오래 다닌 성도들조차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한 채 예배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는 해야 교회 다니는 사람이지", "이 정도는 알아야 신앙인이지" 같은 기준들이 쌓일수록, 교회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교회를 짐을 더 얹는 곳이 아니라 짐을 내려놓는 곳으로 부르셨습니다. 문턱이 낮다는 것은 기준을 낮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턱이 낮은 교회'는 진리를 희석시키는 교회가 아닙니다. 말씀의 기준을 낮추는 교회도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향한 접근의 문턱을 낮추는 교회입니다. 연약함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교회, 상처를 안고 와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교회, 믿음이 아직 미숙해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교회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말씀은 더 분명하게 선포되고, 복음은 더 깊이 뿌리내리게 됩니다.

참된 쉼과 변화가 있는
등원교회
괜찮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오셔도 됩니다. 이곳에서 쉬세요!
         그렇다면, 우리 교회가 마을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어야 할까요? 이 마을에는 말없이 수고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평생 일해 오신 어르신들, 새벽부터 공장으로 향하는 노동자들, 아이를 키우며 하루를 버텨내는 가정들, 그리고 마음의 짐을 말할 곳 없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오셔도 됩니다. 여기는 쉬어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교회의 모습이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문턱이 낮은 교회'는 목회자 혼자 만드는 교회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회의 얼굴입니다. 서로를 향한 말 한마디, 새로운 이를 맞이하는 눈빛 하나, 연약한 지체를 기다려 주는 인내가 교회의 문턱을 결정합니다. 내년 한 해, 우리 교회가 이 마을 안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이 쉬어 갈 수 있는 교회"로 굳게 서 가기를 소망합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 쉼을 우리 공동체 안에서 함께 누리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2026년 표어 설교

문턱이 낮은 교회! (마태복음 11:28)


등원교회의 문턱이 등원리를 향하여 낮아지고,

누구나 와서 복음의 말씀 앞에 참된 쉼을 누리는 한 해가 되게 하소서.